마농샘의 숲이야기

도시 숲 센터의 마농샘의 숲이야기입니다.

소래산에서 나무에게 고개를 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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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ree 댓글 0건 조회 605회 작성일20-04-1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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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가지고 있는 가장 경이로운 점은 바로 생명의 기운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어우러짐입니다. 다양한 종들의 와글거림입니다.

사람들은 콘크리트를 벗어나 다양한 종들의 와글거림에 들어옴으로써 온갖 화학물질로 뒤집어쓴 피부를 숲의 기운으로 닦아냅니다.

욕망이 빚어낸 갈등과 고뇌를 숲이 닦아줍니다. 이 순간 자신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시흥시에 있는 소래산을 올라봅니다. 아주 잘 보이게 떡하니 이름표를 커다랗게 붙이고 서 있는 나무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상수리나무입니다.

오고가는 사람들을 지켜보았습니다. 상수리나무 이름표를 쳐다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부지런히 앞만 보고 산을 오를 뿐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산을 찾는 사람들은 산에 운동하러 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숲에 들어오면서 숲의 기운을 깊숙이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유산소 운동만이 목적인 듯 주위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상수리나무 이름표를 달아놓은 끈을 살펴봅니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재질이 아니라 아주 단단해서 끊어지지 않는 재질입니다.

이 대목에서 이 줄을 묶은 사람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분명 이 사람은 나무를 가구(목재)로만 생각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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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가운데()가 죽은 부분입니다. 가구로 사용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 것이죠. 나무의 살아있는 부분은 나무껍질(수피)바로 밑입니다.

나무줄기가 부피 생장하는 것쯤은 초등학교에서도 배웁니다. 줄기는 부피생장하고, 맨 끝 가지 생장점에서 길이 생장하는 정도는 상식인 것이죠.

부피생장이란 줄기가 뚱뚱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몸이 뚱뚱해지면서 단단한 줄이 매여 있으면 어찌 되겠습니까? 뱃살을 빼려고 단단히 졸라매고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처럼 나무도 다이어트 하는 줄 아는 것일까요?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입니다.

이러고도 버젓이 공공기관 시흥시란 이름을 붙여놓았습니다.

 

이름표는 숲과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목조이듯 매어 놓은 이름표 여러 개가 찢어져서 너덜거립니다.

숲은 그 모습 그대로 숲이어야 생명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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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산 중턱 나무 이름표가 벗겨진 채로 너덜거린다.>

 

우리에게 모든 것을 제공하는 나무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었으면 좋겠습니다.

숲에 있는 생명 하나라도 경외심을 갖고 바라봐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숲에 가야 하지 않을까요?


소래산에서, 미안함을 담아, 나무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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