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농샘의 숲이야기

도시 숲 센터의 마농샘의 숲이야기입니다.

겨울 숲에서 이 백 살 느티나무와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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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ree 댓글 0건 조회 850회 작성일19-12-3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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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에서 이 백 살 느티나무와 마주하다.


안만홍(도시숲센터 센터장/ ‘에코산책 생태교육책 저자)


겨울이 겨울답지 않습니다. 부곡수목원에서 2백 살 넘게 산 느티나무와 마주합니다.

도시숲센터 사무실이 있는 건너편 부곡숲은 산업도로변과 주거지 사이 완충녹지인데, 산책하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장수하는 나무인 느티나무 앞에서 서니, 불현 듯 며칠 전 만난 부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자후배 교사가 떠오릅니다.

이 친구가 얼마 전 암 진단을 받고 지금은 치료차 요양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상태가 조금 호전되어서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불과 얼마 전까지도 풍성했던 머리카락이 스님처럼 되어 있더군요.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암 진단을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이 모든 밴드와 카톡방에서 나온 거랍니다.

수많은 단톡방을 나오니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시원하다고 말하며 웃습니다.모든 병이 그렇지만 암은 유독 스트레스와 친합니다.

그 친구는 본인의 발병원인이 관계로 비롯된 스트레스 때문인 것을 깨달은 것이지요. 나 아니면 안 될것 같은 의무감,

힘들어도 내색 않고, 참고 견디며 일상을 살아온 자신이 바로 원인이란 것을... 그 친구가 이렇게 덧붙입니다.

지금의 암은 내게 다른 새 삶을 살게 해 주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삶을 살 것이라고 말하는 그 친구의 눈이 밝게 반짝입니다.

아마도 그 친구 말대로 될 거라고 믿으며 쾌차하길 빕니다.


2 백 살이 넘은 느티나무, 그토록 풍성했던 잎들을 훌훌 떨구어 버린 모습이 그 친구의 머리를 닮았습니다.

래도 느티나무는 오 백 년 이상 사는 나무입니다. 물그릇과 제사상을 올리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원을 비는 나무인 당나무(또는 당산나무)가 바로 느티나무입니다. 세포질이 촘촘하고 나무껍질이 단단해서 곤충이 잘 뚫지 못해서 느티나무는 장수할 수 있습니다.

겨울을 견디기 위해 나무는 이렇게 보기 흉한 모습으로 버팁니다. 봄이 되면 눈부신 생명의 빛으로 잉태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당당하게 겨울을 이겨냅니다.

2 백 살의 나무와 마주하며 2019년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의 여운을 느껴봅니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에 대한 기대에 기대지 말고, 현재를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다짐도 해 봅니다.

바로, 지금, 여기

 

지나가다 겨울을 버티고 있는 나무를 보면 눈길 한번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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